생각의 축제 / 이어령 우리가 사랑하는 순간 시장에서 쓰는 화폐가 별 의미가 없어져요. 이수일과 심순애 같은 거 있죠? 사랑보다도 돈 때문에 움직이는 것. 이것은 위험한 세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숫자의 세계와 언어의 세계 가운데, 사랑은 언어로 숫자가 아닌 언어로 표현해야 하는 겁니다. 그런데 지금은 모든 것이 숫자로 표현되지요. GNP나 서열, 돈의 액수. 하지만 모든 것이 이렇게 숫자로 표현될수록 우리는 숫자로 표현할 수 없는 것들, 사랑이나 마음이나 정의 같은 것의 귀중함을 더 깨닫게 됩니다. 참 역설적이지요. 이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문득 슈펭글러의 예언이 떠오릅니다. 슈펭글러는 그의 저작 『서구의 몰락』에서 문명 쇠퇴기에는 숫자가 판을 친다고 했습니다. 이 세상에서 언어라고 하는 것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