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 이상의 것을 원하는 그 욕망 자체에 의의가 있으며, 효용이 아닌 낭비가 삶을 풍부하게 한다고 여긴 보들레르에게 삶은 ‘써 버리는 것’이었을 거다. 보들레르의 언어를 가장 아름답게 번역한 故 황현산 선생님도 이렇게 말씀하신 적이 있다. “사치에 대한 욕구는 보들레르식으로 말한다면 인간 정신의 불멸성에 관한 증거다. 이런 거창한 말이 아니더라도 생존 밖으로 넘치는 것이 하나라도 있어야 삶이 삶이다. 하다못해 연필이라도 좋은 것을 사서 써야 한다.” 보들레르처럼 힘들게 살고 싶은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지만, 삶에는 생존 이상의 것들이 필요하다는 의견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우리가 하고 있는 것은 그에 비하면 엄청난 탕진은 아니다. 오만 원이 있으면 오만 원을 쓰고, 십만 원이 있으면 십만 원을 쓰는 식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