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여자는 괴물과 함께 잠을 잔다 / 김은주
찬찬히 살펴보면, 타자는 아직 인간이 이해하고 설명할 수 없는 영역, 인간적 지평 너머의 잉여 경험을 가리킨다. 이러한 타자는 로고스가 설명하지 못하는, 그러나 거대한 힘을 지닌 괴물의 이미지로 세계에 등장한다. 유명한 신화들은 언제나 괴물을 목격하여 지혜를 얻은 자를 그린다. 오이디푸스와 스핑크스, 테세우스와 미노타우로스, 욥과 레비아탄의 만남이 그렇다. 그들은 괴물을 가두고 자신에 관한 지혜를 얻지만 이때 괴물은 설명되지 않은 채 여전히 어둠 속에 있다. 결국 괴물에 대한 서사는, 사유와 지식의 한계를 그린다. 괴물은 지식의 한계 밖에서 출몰한다. 낯선 존재인 타자들은 언제나 괴물로 낙인찍힌다. 어떤 타자는 때때로 천사와 같이 신성한 괴물로 추앙되기도 하지만, 결국은 속죄양으로 전락한다. 여성 철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