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프의 소설 중에선 가장 쉽게 읽혔다. 오래전에 봤던 틸다 스윈튼 주연의 영화도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아 있는데, 소설에서는 영화가 미처 보여주지 못한 장면들을 더 깊이 있게 다루어서 훨씬 강렬했다. 영화가 이야기의 핵심들을 강렬한 이미지로 응축해서 담아냈다면 (그리고 본질을 잃지 않고 그 나름대로 잘 만들었기 때문에 원작에 비해 지나치게 가벼운 느낌이 들지도 않는다), 소설은 더 긴 호흡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면서 성적 스테레오타입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가를 잘 보여준다. 백 년 전의 사람이 이미 최근에 국내에서 일어난 '디폴트 운동'이 주장하는 것과 비슷한 생각을 했다는 것이 굉장히 놀랍다. +) 전에 솔 출판사에서 낸 버지니아 울프 단편선은 번역이 괜찮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는 번역이 매끄럽지 못하다고..